만화를 그리는 사람으로서 우리가 고수해야 할 것들


 며칠 전 비문학 지문으로 만화의 표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지문을 요약하자면, 만화는 글과 그림의 조화로 이루어진 산물로써 둘의 장점과 단점을 함께 갖는다는 것이었다. 그 지문의 글쓴이는, 또한 만화의 내용이 개인의 정서에 편중되기보다는 그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는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하였다. 그 지문을 풀었던 날, 방과후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며 나는 만화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법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만화는 '그림'에 있어 디자인이나 수채화같은 다른 미술 분야에 비해 비교적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사실성이 과하게 결여된 만화의 그림은 비현실적인 요소를 부각시키고는 한다.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사진과도 같은 그림을 추구하는 만화가들도 여럿 있으나 이것이 무조건 바람직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 미적 현실성을 높이다보면 만화의 과장이 가지는 해학적 요소가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다. 또한 만화에 현실주의적인 기법이 담기기란 사실상 어렵기도 하다.
 만화는 '글'에 있어서는 글로 쓰여지는 총체적인 것에 비해, 그림과의 조화를 이루며 빠르고 쉽게 내용을 이해할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의 만화는 '삽화'의 개념까지 확장할수도 있겠다.) 하지만 글이라는 요소에 객관적 해석 과정을 거친 '그림'이라는 요소를 더함으로써 독자의 상상력을 제한할수 있다는 한계를 가진다.
 그렇다면 '그림', '글' 중에 무엇이 만화의 작품성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는 것일까? 여기서는 '바나나피쉬'라는 일본의 퀴어 만화를 예로 들어보고싶다. 이 작품은 소설가 지망생이었던 만화가의 작품인데, 소설가 지망생이었던것 답게 스토리나 구성력은 높은 평가를 받고있지만, 사실 이 작품의 그림은 대중에게 어필할만한 호감을 갖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일본인이 뽑은 만화책 50선(1998년 코믹 링크 특별호 설문조사)에서 1위를 차지할정도로 입지를 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그림의 기교보다는 '글'(스토리)이 좋은 만화가 '작품성이 좋은 만화'라고 단정지을수 있을까? 사실 이러한 입장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 만화라면 비단 글 뿐만 아니라 그림까지 아우르는 것인데, 스토리만 좋고 그림이 형편 없다면 그것은 '글(스토리)'로써의 가치가 있을지 몰라도, '만화'로서의 가치를 높게 평가받기는 힘들다.
 다음으로 만화에 있어 '그림'의 가치를 살펴보자. 국내 만화에서 톱으로 판매되는 만화들은 '가정교사 히트맨 리본',  '흑집사', '디 그레이 맨' 등 그림체가 타 만화에 비해 등장인물 중 미형의 캐릭터가 많은 경우가 많다. (코믹스톰 2008년 Best 100) 그렇다고 해서 그림이 예쁘고 사실적인 만화가 작품성이 높다고 단정지을수도 없다. 그림만 화려하고 내용이 부실한 만화는 일러스트(삽화)집과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글'과 '그림'은 모두 만화에서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될, 그렇다고 너무 과하게 접근하다 한쪽으로 치우쳐서도 안 될 요소이다. 글과 그림을 수치화 해서 조화롭게 구성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둘의 조화를 이루는 것은 어디까지나 만화가의 몫이 될 것이다.

*만화의 작품성을 수치화하기 힘들어서 설문조사 자료를 참고해서 썼어요.
*만화 전공한다고 설치는 고-_-딩이 쓴 글입니당... 철없는 한때의 자뻑글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당.